마 24:29-31 인자의 표징, 찢긴 하늘을 가르다
어두운 하늘 아래, 찢긴 빛을 기다리며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고난주간이 깊어질수록 우리는 더 절실하게 십자가를 바라보게 됩니다. 이 한 주간은 단순한 절기가 아니라, 우리의 구원자 되신 예수 그리스도의 심장소리를 듣는 시간입니다. 오늘 본문 마태복음 24장 29절에서 31절까지의 말씀은, 마치 고난의 절정에서 번개처럼 번뜩이는 희망의 장면을 우리 앞에 펼쳐 보입니다. 이 장면은 종말의 한복판, 창조가 무너지는 순간에 빛나는 구속의 메시지입니다.
우주의 침묵과 하늘의 붕괴(마 24:29)
"그 날 환난 후에 즉시 해가 어두워지며 달이 빛을 내지 아니하며 별들이 하늘에서 떨어지며 하늘의 권능들이 흔들리리라"(마 24:29). 여러분, 이 구절은 단순한 천체의 변화가 아닙니다. 이건 질서의 붕괴입니다. 창세기에서 하나님이 창조하신 빛, 시간, 리듬, 경계들이 무너지는 장면입니다. 낮과 밤, 질서와 균형을 이루던 하늘이 거대한 흔들림에 의해 그 골격을 잃고 있는 것입니다.
우주적 어둠은 단순한 배경이 아닙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진노와 동시에, 인류의 깊은 죄에 대한 신적 침묵이기도 합니다. 해와 달과 별들이 그 기능을 잃는다는 건, 창조 세계의 근본적인 기반이 흔들린다는 뜻입니다. 바로 십자가가 그 한가운데 서 있습니다. 십자가는 단지 한 인간의 죽음이 아니라, 창조 자체가 고통하는 우주적 사건입니다. 예수님의 죽음이 임박한 그 순간, 만물이 떨고 어둠이 내려앉았습니다. 골고다 언덕의 오후 세 시, 그 순간도 해가 어두워졌습니다. 똑같은 장면입니다. 고난주간은 이 창조적 붕괴 속에서 탄생한 구속의 소식을 새기게 합니다.
인자의 표징, 찢긴 하늘을 가르다(마 24:30)
그 어둠의 절정에서 주님은 말씀하십니다. "그 때에 인자의 징조가 하늘에서 보이겠고..."(마 24:30) 인자의 징조가 하늘에 보인다는 말씀은, 그분의 오심이 단순한 재림의 사건을 넘어서 구속의 정점을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뜻입니다. 이 징조는 상징적인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찢긴 하늘을 가르고 드러나는 구세주의 영광입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그 인자의 징조는 고난 없이는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고난의 뒤편에 주님의 얼굴이 있습니다. 무너지는 별빛 가운데 오히려 찬란히 빛나는 것은 바로 십자가의 광휘입니다. 인자가 하늘의 구름을 타고 능력과 큰 영광으로 오는 그 장면은, 겉으로는 심판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사랑의 절정입니다. 이 장면은 고난주간의 마지막에 우리가 소망으로 바라보는 결말입니다.
"땅의 모든 족속들이 통곡하며 인자가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보리라"(마 24:30). 이 통곡은 두 가지 의미를 가집니다. 하나는 그분을 거절했던 자들의 슬픔이고, 또 하나는 그분을 기다리던 자들의 눈물입니다. 성도 여러분, 우리는 어떤 통곡으로 주님을 맞이하겠습니까? 주님을 향한 기다림의 눈물이 있는 자는, 결코 그날의 어둠에 삼켜지지 않을 것입니다.
나팔 소리와 천사들의 사명(마 24:31)
마지막 장면입니다. "그가 큰 나팔 소리와 함께 천사들을 보내리니 저희가 그의 택하신 자들을 하늘 이 끝에서 저 끝까지 사방에서 모으리라"(마 24:31). 이 얼마나 아름답고도 엄숙한 장면입니까. 온 세상이 어두움에 잠길 때, 하늘의 나팔이 울려 퍼지고, 그 나팔소리는 땅끝에까지 퍼지며 택한 자들을 불러모읍니다.
여러분, 이 장면은 단순한 인원이동이 아닙니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당신의 백성을 완전하게 회복시키는 집합의 순간입니다. 주님의 부르심은 흩어진 이들을 향한 회복의 신호입니다. 예루살렘에서, 땅 끝에서, 피로 젖은 땅의 구석구석에서 불려 나오는 자들. 이 나팔은 회개의 나팔이요, 구원의 나팔입니다. 고난주간은 이 나팔을 미리 듣는 시간입니다. 우리의 내면에서 울리는 그 거룩한 음성 앞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입니다.
고난은 흩어지게 합니다. 그러나 주님은 모으시는 분이십니다. 십자가는 모든 흩어진 것을 모아 하나로 묶는 구속의 중심입니다. 갈라졌던 마음들, 무너졌던 공동체, 찢긴 신앙의 조각들이 하나로 모이는 순간이 바로 이 나팔의 시간입니다. 우리는 이 고난주간에 그 부르심을 들으며, 주님의 부름에 응답하는 자로 다시 서야 합니다.
마무리 묵상
사랑하는 여러분, 오늘 본문은 하나의 종말론적 장면을 묘사하면서도 동시에 십자가의 고난이 지닌 우주적 의미를 드러냅니다. 해가 어두워지고, 별들이 떨어지고, 하늘의 권능이 흔들릴 때, 우리는 두려움에 휩싸이기 쉽습니다. 그러나 그 순간은 동시에 인자의 징조가 나타나는 찬란한 반전의 시작입니다.
고난주간은 바로 이 반전을 기억하는 시간입니다. 주님의 고난이 세상의 종말처럼 느껴졌던 그 순간, 사실은 새로운 창조의 서곡이었음을 믿는 시간입니다. 우리는 이 어두움 속에서도 주님의 광휘를 기다립니다. 찢긴 하늘 너머에서, 나팔 소리와 함께 우리를 부르시는 그분의 음성을 듣기 원합니다.
이 한 주간, 어둠이 내려앉는 순간에도 주님의 빛을 신뢰하며, 십자가 아래서 우리도 함께 찢기고, 함께 모이며, 함께 기다리는 자들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고난을 지나 부활로 가는 그 길 위에서, 주님은 오늘도 우리를 부르고 계십니다. 그 부르심에 응답하는 고난주간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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