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소서 4:22-24, 옛 사람을 벗고 새 사람을 입으라
옛 사람을 벗고 새 사람을 입으라
부활 주일은 단지 예수님의 죽음 이후 일어난 놀라운 사건을 기념하는 절기 그 이상입니다. 이 날은 죽음을 이기고 생명으로 나아가신 예수 그리스도의 승리가 단지 그분 개인의 승리가 아니라, 그를 믿는 모든 자의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능력임을 선포하는 날입니다. 에베소서 4장 22절에서 24절까지의 말씀은 부활의 능력이 어떻게 성도의 삶에 구체적으로 적용되는지를 가르쳐 주는 중요한 교훈입니다. “너희는 유혹의 욕심을 따라 썩어져 가는 구습을 따르는 옛 사람을 벗어버리고, 오직 너희 심령이 새롭게 되어 하나님을 따라 의와 진리의 거룩함으로 지으심을 받은 새 사람을 입으라.” 이 말씀은 옛 사람을 벗고 새 사람을 입는 것이 곧 부활의 능력 안에서 살아가는 삶임을 선언합니다. 부활은 단지 신앙의 상징이 아니라, 존재 자체를 새롭게 변화시키는 실제적인 하나님의 능력입니다.
부활의 삶은 옛 사람을 벗는 데서 시작됩니다
사도 바울은 에베소 교회 성도들에게 명확한 삶의 전환을 촉구하며 ‘옛 사람을 벗어버리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옛 사람’은 헬라어로 ‘팔라이온 안트로폰(παλαιὸν ἄνθρωπον)’이며, 이는 과거의 삶의 방식이나 습관을 넘어 인간의 타락한 본성과 자아 전체를 의미합니다. 즉, 죄 가운데 살아가던 존재로서의 인간, 하나님과 분리되어 자기 중심적으로 살아가던 옛 존재를 말합니다.
‘벗어버리라’는 단어 ‘아포티데스테(ἀποθέσθαι)’는 헬라어에서 옷을 벗듯이, 자발적으로 낡고 더러운 삶을 던져버리는 결단적 행위를 나타냅니다. 이는 신앙의 삶이 단지 수동적 수용이 아니라, 의지적이고 능동적인 자기 포기의 과정임을 의미합니다. 부활의 삶은 단지 주일 예배 참석이나 신앙 고백에 머무르지 않고, 일상의 삶에서 죄와 악의 습관을 실제로 벗어버리는 데서 시작됩니다.
‘유혹의 욕심을 따라 썩어져 가는 구습’은 부패의 실체를 드러냅니다. ‘욕심’은 ‘에피쑤미아(ἐπιθυμία)’로 본래 하나님이 주신 좋은 욕망이 죄로 인해 왜곡된 상태입니다. 이 욕심은 인간을 끊임없이 자기를 위해 살도록 유도하며, 결국 영적 부패에 이르게 만듭니다. 헬라어 ‘파라랄로이오멘온(φθειρόμενον)’은 지속적으로 썩어가고 있는 상태를 묘사하는 현재분사로, 옛 사람의 삶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큰 절망과 멸망으로 이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이러한 썩어가는 존재로부터의 완전한 해방을 뜻합니다. 로마서 6장 6절은 “우리의 옛 사람이 예수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다”고 말하며, 옛 자아의 죽음을 분명히 선언합니다. 이 죽음은 단지 형이상학적 관념이 아니라 실제로 죄의 지배로부터 벗어나 자유를 얻는 것입니다. 우리가 진정 부활의 생명을 믿는다면, 우리는 더 이상 옛 사람에 얽매이지 않고, 그것을 벗어버리고 새 생명 안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부활의 삶은 심령이 새롭게 되는 삶입니다
단지 부정적인 것을 벗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바울은 “오직 너희 심령이 새롭게 되어”라고 덧붙이며 존재의 긍정적 변화, 즉 갱신을 강조합니다. ‘심령’은 헬라어로 ‘프뉴마티(πνεύματι)’로, 인간 내면의 중심인 의지, 감정, 지성 모두를 포함하는 단어입니다. 부활의 생명이 미치는 영향은 표면적인 행동이 아니라, 존재의 가장 깊은 뿌리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새롭게 되어’는 ‘아나니오우스타이(ἀνανεοῦσθαι)’라는 헬라어로, 현재 수동태로 되어 있습니다. 이는 새로워짐이 단번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날마다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과정이며, 동시에 우리가 스스로 이룰 수 없고 성령의 능력에 의해 변화된다는 점을 가리킵니다. 바울은 이것을 고린도후서 4장 16절에서 “우리의 속사람은 날로 새로워진다”고 말하며 강조했습니다.
이 새로워짐은 곧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에 참여함으로서 일어나는 내적 변화입니다. 로마서 12장 2절에서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으라”고 했던 바울의 권면처럼, 하나님의 말씀과 성령은 인간 내면을 재구성하는 능력입니다. 단순한 심리적 위로나 격려가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자기를 새롭게 보고, 새롭게 사는 존재적 전환이 일어납니다. 부활은 삶의 방향 자체를 바꾸며, 자기 중심에서 하나님 중심으로의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이끕니다.
부활 생명은 우리의 내면을 회복시킵니다. 두려움에 사로잡혔던 영혼은 담대함을 입고, 상처받고 깨어졌던 마음은 치유되며, 무기력했던 의지는 활기를 얻습니다. 부활의 능력은 현실의 고난과 불완전함 가운데서도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되며, 이 힘은 날마다 성령의 역사를 통해 새로워지는 삶을 가능하게 합니다.
부활의 삶은 새 사람을 입는 데 있습니다
바울은 새롭게 된 내면을 외적으로 실현시키는 방식으로 “새 사람을 입으라”고 명령합니다. 여기서 ‘입다’는 ‘엔다우사이(ἐνδύσασθαι)’로 단순히 무엇을 걸치는 수준이 아닌, 자신을 새로운 존재로 감싸는 전적 변화를 의미합니다. 이 말은 마치 군인이 갑옷을 입듯, 의도적이고 단호한 결단을 수반하는 행위입니다.
‘새 사람’은 ‘카이논 안트로폰(καινὸν ἄνθρωπον)’으로, 단순한 수리나 개선이 아닌 완전히 새롭게 창조된 존재를 의미합니다. 이는 요한복음 3장에서 예수님께서 니고데모에게 “거듭나지 아니하면 하나님 나라를 볼 수 없다”고 말씀하셨던 것과 연결되며, 물과 성령으로 거듭난 새로운 피조물을 가리킵니다. 이 새 사람은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회복한 존재이며, 성령 안에서 완전히 새롭게 지음 받은 자입니다.
바울은 이 새 사람이 “하나님을 따라 의와 진리의 거룩함으로 지으심을 받은” 존재라고 설명합니다. ‘의’는 단지 윤리적인 정의가 아니라, 하나님과의 바른 관계에서 나오는 실천적인 삶을 뜻합니다. ‘진리의 거룩함’은 단지 외적인 정결이 아니라, 진리 자체이신 예수 그리스도와 연합된 상태에서 나타나는 삶의 성결함을 의미합니다. 이 거룩함은 구별됨이며, 세상과 다른 존재로 살아가는 신자의 표지입니다.
골로새서 3장 10절에서는 “자기를 창조하신 이의 형상을 따라 지식에까지 새롭게 하심을 입은 자”로 새 사람을 표현합니다. 이는 부활의 삶이 결국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하는 삶임을 의미하며, 아담의 타락으로 인해 훼손된 형상이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으로 회복되어 간다는 위대한 진리를 말합니다. 우리는 그리스도를 닮아가도록 부름받은 자들로서, 그의 부활 생명을 옷처럼 입고 살아가야 합니다.
이 새 사람은 삶의 열매를 통해 증명됩니다. 사랑, 자비, 오래 참음, 겸손, 진실함, 평화, 용서와 같은 성령의 열매들이 바로 새 사람의 특징입니다. 부활의 생명이 우리 안에 실재할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이러한 열매들을 맺게 됩니다. 그리고 이 삶은 세상 가운데 그리스도의 향기를 발하는 거룩한 삶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결론
에베소서 4장 22-24절은 부활의 생명이 어떻게 실제적으로 성도의 삶 가운데 역사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말씀입니다. 옛 사람을 벗고, 심령이 새롭게 되며, 새 사람을 입는 이 변화는 단지 종교적 결심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생명이 우리 존재 전반을 변화시키는 은혜의 역사입니다.
부활 주일은 단순히 예수님의 부활을 기억하는 날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 부활의 생명을 입었는지를 점검하고, 그 생명으로 살아갈 것을 다짐하는 거룩한 결단의 날입니다. 부활은 교리나 기념일에 머물지 않고, 날마다 우리의 사고와 태도, 삶의 방식 전체를 바꾸는 실제적인 능력이어야 합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우리 안에 거하시며, 우리는 그분 안에 거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오늘 이 말씀 앞에 다시 설 때, 우리는 이렇게 기도해야 합니다. “주님, 옛 사람을 벗게 하시고, 새 사람을 입게 하소서. 성령으로 내 심령을 새롭게 하시고, 날마다 부활의 생명으로 살아가게 하소서.” 그렇게 매일의 삶 속에서 부활의 증인으로 살아가는 우리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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