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 23:23-24 묵상, 하루살이는 걸러내고
빠진 것의 무게
사랑하는 여러분, 고난주간을 따라가는 발걸음은 점점 더 깊은 성찰을 요구합니다. 십자가의 그늘 아래서 우리는 단지 고통을 묵상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시선으로 우리 신앙을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마태복음 23장 23절과 24절은 예수님의 일곱 가지 화(禍) 중에서도 가장 날카롭고 정곡을 찌르는 선언 중 하나입니다. 이 짧은 구절 안에, 예수님은 종교적 형식주의가 얼마나 본질을 망각하게 만드는지, 그리고 우리가 신앙의 중심에서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를 예리하게 밝혀주십니다.
오늘 이 말씀은 단순한 지적이 아니라, 우리가 얼마나 중요한 것을 놓치며 살아가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고난주간의 거울입니다. 주님의 눈물이 담긴 이 책망 속에서, 우리는 잃어버린 중심을 다시 찾아야 합니다.
율법의 잎사귀만 붙잡은 자들 (마 23:23)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화 있을진저 외식하는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여! 너희가 박하와 회향과 근채의 십일조는 드리되 율법에 더 중한 바 정의와 긍휼과 믿음은 버렸도다 그러나 이것도 행하고 저것도 버리지 말아야 할지니라"(마 23:23)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은 율법을 누구보다 열심히 지켰습니다. 그것도 아주 세세하게 말입니다. 작은 채소에까지 십일조를 철저히 드렸습니다. 그러나 정작 하나님께서 율법을 통해 기대하셨던, 정의와 긍휼과 믿음이라는 핵심은 무시했습니다. 나뭇잎 하나하나는 정성껏 모았지만, 뿌리와 줄기, 열매는 신경 쓰지 않았던 것입니다.
고난주간은 이 질문을 던집니다. 나는 지금 무엇을 지키고 있으며, 무엇을 잃고 있는가? 주님은 십자가를 향해 걸어가며 자신을 온전히 내어주셨습니다. 그것이 정의요, 긍휼이요, 믿음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길 위에서 사소한 종교적 의무는 챙기면서도, 누군가를 용서하지 못하고, 불의를 외면하고,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의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예수님은 율법의 세세한 실천을 무시하지 않으십니다. "이것도 행하고 저것도 버리지 말아야 할지니라" 하십니다. 하지만 그 중심이 빠진 실천은 공허하고, 오히려 외식이 된다고 말씀하십니다. 중요한 것을 놓친 채, 덜 중요한 것을 붙잡고 있는 신앙은 결국 하나님을 오해하게 됩니다.
거르고 삼키는 신앙의 역설 (마 23:24)
예수님은 이어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맹인된 인도자여! 하루살이는 걸러내고 약대는 삼키는도다"(마 23:24)
이 한 구절은 당대 최고의 풍자이자 통렬한 예언입니다. 하루살이는 유대인들이 부정한 곤충으로 여겨 마시기 전에 물을 걸러낼 만큼 신경 쓴 부분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작은 것은 걸러내면서도, 약대와 같은 큰 것은 아무 생각 없이 삼켜버린다는 것입니다. 얼마나 앞뒤가 맞지 않는 일입니까?
이것이 바로 외식의 실체입니다. 겉보기엔 매우 경건하고 조심스러워 보입니다. 하지만 정작 더 크고 무거운 죄, 하나님 앞에서 다뤄야 할 본질적인 문제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넘겨버립니다. 마음 깊은 곳의 교만, 이웃에 대한 냉소, 하나님을 향한 불순종 같은 것들은 그대로 삼키면서도, 작은 형식 하나 어겼다고 자책하거나 타인을 정죄하는 것입니다.
고난주간은 이 신앙의 역설을 뒤집기 위한 시간입니다. 주님은 약대를 대신 삼키신 분입니다. 우리 안의 무거운 죄를 짊어지시고, 침묵으로 그것을 삼켜버리셨습니다. 우리는 이제 주님의 그 십자가 앞에서 다시 균형을 찾아야 합니다. 무엇이 작고, 무엇이 큰지를. 무엇을 먼저 붙들어야 할지를.
정의, 긍휼, 믿음—하나님의 숨결 (본문 통찰)
본문에서 예수님이 강조하신 세 가지 단어—정의, 긍휼, 믿음—은 단지 추상적인 덕목이 아닙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성품이요, 하나님 나라의 질서입니다. 정의는 하나님의 공의요, 긍휼은 하나님의 사랑, 믿음은 하나님의 신실하심입니다.
이 세 가지는 고난주간의 중심을 이루는 주님의 성품이기도 합니다. 십자가는 불의에 대한 하나님의 정의요, 죄인을 향한 하나님의 긍휼이요, 끝까지 인류를 포기하지 않으신 하나님의 믿음입니다.
우리가 이 세 가지를 잃어버린다면, 우리는 이미 복음의 중심에서 벗어난 것입니다. 그 어떤 형식도, 그 어떤 규율도, 이 세 가지 없이는 생명을 품지 못합니다. 오늘 이 말씀 앞에서 우리는 다시 하나님께 구해야 합니다. “주님, 정의를 보는 눈을 주시고, 긍휼을 품을 심장을 주시고, 믿음으로 걷는 발걸음을 허락하소서.”
본질 앞에 서는 고난주간 (영적 적용)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는 작은 박하와 근채의 십일조를 챙기면서, 누군가를 미워하고, 진실을 외면하고, 기도 없이 살아가는 존재들입니다. 우리 안의 하루살이는 걸러내면서도, 약대 같은 탐심과 자만과 무관심을 아무렇지 않게 삼키며 살아갑니다.
고난주간은 그런 우리를 다시 본질 앞에 세우는 시간입니다. 주님은 지금도 십자가 위에서 우리를 바라보시며, 묻고 계십니다. "너는 무엇을 보고 있고, 무엇을 놓치고 있느냐?"
우리의 신앙이 다시 중심을 향하길 바랍니다. 잎사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뿌리를 붙들고 열매를 맺는 믿음이 되기를 바랍니다. 작은 규칙도 소중하지만, 더 무거운 것들을 잊지 않고 살아가는 성숙한 신앙이 되기를 바랍니다.
마무리 묵상
사랑하는 여러분, 고난주간의 길 위에서 주님의 책망은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는 사랑의 음성입니다. "하루살이는 걸러내고 약대는 삼키는도다." 이 풍자 속에 우리는 자신을 봅니다. 형식에 갇힌 신앙, 본질을 놓친 종교, 작음에 집중하면서 큼을 외면한 삶.
오늘, 주님의 음성에 귀 기울입시다. 다시 본질로, 다시 중심으로, 다시 십자가 앞으로 나아갑시다. 정의와 긍휼과 믿음—그 세 가지가 우리의 신앙의 방향이 되게 합시다.
주님께 이렇게 기도합시다. "주여, 제가 빠뜨린 것을 보게 하소서. 제가 놓친 것을 다시 붙잡게 하소서. 십자가 안에서 무게를 바로 보는 영적 시력을 허락하소서."
이 고난주간, 주님이 무게를 두신 그것에 우리도 다시 무게를 두며 살아가는 참된 제자가 되기를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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