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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주일 설교, 베드로전서 1장 3절 산소망

bibletopics 2025. 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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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소망으로 다시 태어난 우리

부활 주일을 맞아 우리는 베드로전서 1장 3절의 말씀 앞에 서게 됩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 하나님을 찬송하리로다 그의 많으신 긍휼대로 예수 그리스도를 죽은 자 가운데서 부활하게 하심으로 말미암아 우리를 거듭나게 하사 산 소망이 있게 하시며." 이 한 절은 복음의 정수를 농축하여 담고 있는 말씀입니다. 하나님의 긍휼, 그리스도의 부활, 그리고 거듭남과 산 소망으로 이어지는 교리적 고리가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오늘 우리는 이 말씀을 통해 하나님의 구속사적 계획과 그 은혜의 실체를 더욱 깊이 붙들고자 합니다.

하나님의 긍휼에서 시작된 구원

사도 베드로는 이 서신을 핍박 가운데 있는 흩어진 나그네들, 곧 디아스포라 성도들에게 보냅니다. 이들은 당시 사회적, 종교적 소외와 고난을 겪는 중이었지만, 베드로는 그들에게 먼저 찬송으로 말을 시작합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 하나님을 찬송하리로다.” 이는 단순한 예배적 서술이 아니라, 교리적 선언입니다. 하나님은 단지 창조주로서만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로서 자신을 드러내시며, 그 아들 안에서 우리에게 은혜를 주시는 구속의 하나님이심을 증거합니다.

본문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신 은혜의 출발점을 “많으신 긍휼대로”라고 밝힙니다. 여기서 ‘긍휼’은 헬라어로 "엘레오스(ἔλεος)"이며, 자격 없는 자에게 베푸시는 불쌍히 여기는 마음, 곧 전적인 은혜를 말합니다. 이 긍휼은 인간의 반응이나 상태와 무관하게 주어지는 하나님의 주권적인 자비이며, 우리가 거듭나고 구원받는 근본 원인은 바로 이 긍휼에 있습니다. 즉, 구원은 인간의 자격이나 공로가 아니라 하나님의 일방적인 극율하심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하나님은 그 긍휼에 근거하여 예수 그리스도를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리셨습니다. 부활은 하나님의 긍휼이 역사 안에 실현된 사건입니다. 로마서 5장 8절은 말씀합니다.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심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 대한 자기의 사랑을 확증하셨느니라." 긍휼은 단지 감정이 아닌 행동으로 나타났고, 그 정점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입니다.

그리스도의 부활로 이루어진 거듭남

본문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통해 우리를 거듭나게 하셨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거듭나다’는 단어는 헬라어로 "아나게네사스(ἀναγεννήσας)"로, "다시 태어나게 하다"는 의미를 지닌 능동태 동사입니다. 이는 요한복음 3장에서 예수님께서 니고데모에게 말씀하신 "다시 나지 아니하면 하나님 나라를 볼 수 없다"는 교훈과 연결되며, 전적인 하나님의 주권적 사역임을 강조합니다.

이 거듭남은 단지 윤리적 변화나 감정적 감동이 아니라, 존재의 근본적인 변화입니다. 이전에는 죄의 종이요 어둠 가운데 있던 자가, 이제는 빛 가운데로 옮겨지고 하나님의 자녀가 된 실질적 변화입니다. 이는 신분의 변화이자 정체성의 변화이며, 성령의 역사로 말미암는 새로운 창조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이 거듭남의 기반입니다. 만일 예수님이 부활하지 않으셨다면, 우리는 여전히 죄 가운데 있으며, 새 생명을 얻을 수 있는 근거가 사라지게 됩니다. 고린도전서 15장 17절은 "그리스도께서 다시 살아나신 것이 없으면 너희의 믿음도 헛되고 너희가 여전히 죄 가운데 있을 것이요"라고 말합니다. 그러므로 부활은 단순한 기적이 아니라, 구원의 전제가 되는 핵심 교리입니다.

베드로는 거듭남의 방식이 바로 부활을 통한 것이라 밝힙니다. 이는 예수님의 생명이 믿는 자 안에 실제로 임하는 사건이며, 그 생명이 죄를 죽이고 의를 살리며, 새로운 존재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능력입니다. 로마서 6장 4절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가 그의 죽으심과 합하여 세례를 받음으로 그와 함께 장사되었나니 이는 아버지의 영광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심과 같이 우리도 또한 새 생명 가운데서 행하게 하려 함이라."

산 소망 안에서 살아가는 삶

베드로는 단지 거듭남으로 끝나지 않고, 그것이 ‘산 소망’으로 이어진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산’은 헬라어로 "자오사(ζῶσα)"이며, 단지 살아 있는 상태가 아니라 끊임없이 자라고 열매 맺는 생동감을 내포한 단어입니다. ‘소망’은 헬라어로 "엘피스(ἐλπίς)"로,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확고한 보증이 있는 미래에 대한 확신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산 소망’은 죽지 않고 자라며, 현재와 미래를 모두 지배하는 구원의 능력을 의미합니다.

이 소망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에서 비롯됩니다. 세상의 소망은 대부분 죽음 앞에서 무력해지지만, 예수님의 부활은 그 죽음을 이긴 소망입니다. 이 소망은 현실의 고난을 무력화하지 않지만, 고난을 넘어설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합니다. 베드로는 이 서신을 받는 자들이 여러 시험으로 인해 근심하게 될 것이라 말하지만(벧전 1:6), 그들이 가진 ‘산 소망’은 결코 흔들리지 않습니다.

히브리서 6장 19절은 말합니다. "우리가 이 소망을 가지고 있는 것은 영혼의 닻 같아서 튼튼하고 견고하여 휘장 안에 들어가나니." 이 소망은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하늘 지성소에 들어가셨기에 가능한 소망이며, 하나님의 언약과 맹세에 근거한 소망입니다. 그러므로 이 소망은 단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능력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이 산 소망 가운데 살아갑니다. 우리의 삶이 고난과 시련 가운데 있다 할지라도, 우리는 살아 있는 소망으로 인해 좌절하지 않습니다. 그 소망은 부활하신 주님 안에 있으며, 우리는 그분을 바라보며 이 세상을 믿음으로 살아갑니다. 이 소망은 의지적인 선택이며, 동시에 성령의 도우심으로 가능한 일입니다. 산 소망은 예배하게 만들고, 전도하게 만들며, 고난 속에서도 찬송하게 만듭니다.

결론

베드로전서 1장 3절은 부활 주일의 복음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보여주는 말씀입니다. 하나님의 긍휼이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로 나타났고, 그 부활로 말미암아 우리는 거듭났으며, 이제는 산 소망 가운데 살아갑니다. 이 구절은 교리적으로, 영적으로, 존재론적으로 우리의 믿음을 붙드는 근본 말씀입니다.

우리는 더 이상 사망과 절망 속에 갇힌 존재가 아니라, 부활하신 주님 안에서 새로운 생명을 얻은 자들입니다. 이제 우리는 산 소망을 따라 살아가며, 그 소망이 우리 삶의 방향이자 목표가 됩니다. 이 부활의 복음을 마음에 새기고, 날마다 새로운 피조물로 살아가며, 그 산 소망을 세상에 증언하는 부활의 증인으로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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