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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칠언 묵상 7)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부탁하나이다

bibletopics 2025.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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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여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부탁하나이다

누가복음 23장 46절에 기록된 "아버지여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부탁하나이다"는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하신 마지막 일곱 번째 말씀입니다. 이 말씀은 절망의 외침이 아니라, 철저한 신뢰와 사랑, 그리고 순종으로 가득한 고백입니다. 예수님은 대속 사역을 완수하시고, 자신의 영혼을 아버지께 온전히 맡기시며 평안과 확신 속에서 죽음을 맞이하십니다. 이 고백은 구속사의 마지막을 장식하며 동시에 부활과 영원한 생명을 예고하는 신앙의 절정입니다.

 

시편 31편의 인용과 예수님의 기도

예수님은 십자가 위에서 인류 구원을 완성하신 후, 마지막으로 시편 31편 5절의 말씀을 인용하셨습니다. "내가 나의 영을 주의 손에 부탁하나이다." 이 구절은 다윗이 고난 가운데 하나님을 신뢰하며 드린 기도입니다. 예수님은 죽음의 문턱에서 이 구절을 인용하심으로써, 자신의 죽음이 절망이 아니라 완전한 신뢰와 소망의 자리임을 보여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사용하신 헬라어 "부탁하나이다"는 paratithemi로, 이는 단순히 무언가를 넘긴다는 의미를 넘어서, 자신이 가장 귀하게 여기는 것을 전적으로 맡기고 의탁하는 깊은 신뢰의 표현입니다. 이 단어는 당시 유대 사회에서 소중한 재산이나 문서를 보호받기 위해 맡길 때 사용되던 법적 용어였습니다. 예수님은 자신의 육신은 사람들에게 맡기셨지만, 자신의 영혼만큼은 하나님 아버지께 맡기셨습니다. 이는 그분의 죽음이 단순히 비극이 아닌, 믿음에 기반한 능동적 선택임을 나타냅니다.

시편의 말씀을 인용했다는 점은, 예수님께서 고난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하나님의 말씀을 기억하고 붙들고 계셨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그분은 말씀 안에서 시작하여 말씀 안에서 사셨고, 마지막까지도 말씀을 입술에 담으셨습니다. 이는 신자가 위기의 순간, 심지어 죽음을 맞이할 때에도 말씀을 품고 살아야 함을 강력하게 일깨워줍니다.

 

순종과 신뢰, 죽음 속의 믿음

예수님의 이 마지막 말씀은 그의 삶 전체를 요약하는 신앙의 결정체입니다. 요한복음 10장 17-18절에서 예수님은 자신의 생명을 스스로 버린다고 말씀하셨고, 그 생명을 다시 얻을 권세도 아버지께로부터 받았다고 선포하셨습니다. "내가 스스로 버리노라"는 그 고백은 바로 누가복음 23장 46절에서 현실이 됩니다.

예수님은 십자가에서의 고통을 회피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는 끝까지 그것을 감당하셨고, 마지막 호흡까지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셨습니다. 그의 죽음은 무력한 죽음이 아니라, 전능한 하나님께 대한 철저한 신뢰 속에서 이루어진 위대한 죽음이었습니다. "아버지여"라는 호칭은 예수님께서 하나님과 얼마나 친밀한 관계를 맺고 계셨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고통 중에도 하나님을 잊지 않으시고 오히려 더욱 가까이 부르신 모습입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예수님께서 앞서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에서 하나님을 부를 때 사용하셨던 "엘리(나의 하나님)"라는 표현이 아니라, 여기에서는 다시 "아버지"라고 부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구속의 사역이 완성되었고, 단절된 관계가 회복되었으며, 하나님 아버지와의 친밀함이 되살아난 상태에서 이 고백이 드러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마지막 말씀은 예수님께서 생명을 마치면서도 두려움이나 혼란이 아닌 평안과 확신 속에서 죽음을 맞이하셨음을 보여줍니다. 죽음은 더 이상 그분을 지배하는 절대적인 권세가 아니었고, 오히려 아버지의 손에 돌아가는 거룩한 여정이었습니다. 이는 우리에게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하나님께 맡기며 살 수 있는 신앙의 근거를 제공합니다.

 

믿음의 유산으로 남은 마지막 고백

예수님의 마지막 말씀은 단지 그의 죽음을 장식하는 한 구절이 아닙니다. 그것은 이후 모든 믿음의 사람들에게 본이 되고, 죽음을 대하는 자세에 있어 방향을 제시하는 유산이 되었습니다. 스데반 집사는 순교당할 때 "주 예수여 내 영혼을 받으시옵소서"라고 기도했으며(사도행전 7:59), 이는 예수님의 마지막 기도에서 영향을 받은 표현입니다. 또한 수많은 순교자와 신앙의 선진들이 이 말씀을 인용하며 자신의 생애를 마무리했습니다.

죽음은 인간에게 있어 가장 두려운 현실 중 하나입니다. 아무리 강한 자도, 아무리 많은 것을 소유한 자도 이 죽음을 피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죽음 앞에서 우리에게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셨습니다. 그것은 두려움이 아닌, 믿음으로 죽음을 넘어서는 삶의 태도입니다.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라는 고백은 단지 입술의 고백이 아닌, 영원한 생명을 향한 실제적인 믿음의 결단이었습니다.

신명기 33장 27절은 이렇게 말합니다. "영원하신 하나님이 네 처소가 되시며 그의 영원하신 팔이 네 아래에 있도다." 예수님은 이 말씀을 아셨고, 그 영원하신 팔이 자신을 결코 놓지 않으리라는 확신 속에서 기꺼이 마지막 호흡을 맡기셨습니다. 이 확신은 오늘날 우리 신자들의 삶과 죽음의 자리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예수님의 이 마지막 말씀은 또한 성도들에게 죽음을 준비하는 지혜와 용기를 줍니다. 우리는 언젠가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날이 언제인지, 어떤 방식인지 알 수 없지만, 예수님처럼 준비된 자로서 죽음을 맞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 준비는 무엇보다도 영혼을 하나님께 맡기겠다는 신앙의 결단에서 시작됩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본을 따라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우리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하나님을 신뢰하고 맡길 수 있어야 합니다.

 

결론

누가복음 23장 46절의 말씀은 단순히 예수님의 마지막 말씀이 아닙니다. 그것은 그분의 삶 전체를 함축한 신앙의 고백이며, 완성된 구속사의 마침표이자 부활의 예고편입니다. 예수님은 단지 죽음을 맞이하신 것이 아니라, 그 죽음을 통하여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기셨고, 그 안에서 참된 평안과 승리를 누리셨습니다.

이제 이 말씀은 우리의 고백이 되어야 합니다. 고난과 시험, 위기의 순간은 물론, 인생의 마지막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언제나 주님께 우리의 영혼을 맡기며 살아야 합니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며, 아버지의 손은 죽음을 넘어 생명을 품는 손입니다.

고난주간을 맞아 우리는 이 마지막 말씀을 가슴 깊이 새기며, 예수님처럼 순종하고 신뢰하는 믿음의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우리의 영혼은 누구의 손에 있는가? 그 손이 창조주시며 구속자 되신 아버지의 손임을 믿고 고백하는 자만이 진정한 평안을 누릴 수 있습니다. 오늘도 우리는 기도합니다. "아버지여,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부탁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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