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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칠언 묵상 5) 내가 목마르다

bibletopics 2025.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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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목마르다

요한복음 19장 28절에 기록된 "내가 목마르다"는 말씀은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하신 다섯 번째 말씀입니다. 이는 단순한 육체적 고통의 표현을 넘어서, 구약의 예언을 성취하시고 구속의 완성을 이루시기 위한 예수님의 철저한 순종과 헌신을 담고 있습니다. 생명의 근원이신 예수님께서 인류의 갈증을 대신하여 고통을 당하심으로,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구속의 은혜가 완전하게 마무리되어 가는 순간을 보여주는 깊이 있는 고백입니다.

 

구약의 예언과 성취의 연결

요한복음 19장 28절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그 후에 예수께서 모든 일이 이미 이루어진 줄 아시고 성경을 응하게 하려 하사 이르시되 내가 목마르다 하시니." 이 짧은 구절 속에는 구속사의 흐름이 압축되어 있으며, 단지 육체적 고통의 호소로만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이는 시편 69편 21절을 성취하는 말씀이며, 예수님은 성경의 모든 예언을 성실히 이루기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도 철저히 하나님의 뜻을 따르셨습니다.

 

"성경을 응하게 하려 하사"라는 표현은 요한복음의 신학에서 매우 중요한 진술입니다. 이는 예수님의 모든 행위와 말씀, 심지어 고통과 죽음까지도 하나님의 예언과 섭리 아래에 있었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시편 69편에서 고난받는 의인은 쓸개를 음식물로 받으며, 목마를 때 초를 마시는 조롱을 당합니다. 예수님은 그 예언의 실체이시며, 인간의 모든 멸시와 조롱, 고통을 짊어지신 메시야이십니다.

 

예수님의 외침, "목마르다"에 사용된 헬라어 dipsao는 단순히 육체적 갈증을 넘어서 내면 깊은 열망과 영적 갈급함을 동시에 의미합니다. 이 단어는 요한복음 전체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생명의 물을 주시는 예수님과 그 생수를 향한 인간의 본질적 갈망을 대조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 언어입니다. 예수님은 이 말씀을 통해 단지 물을 원하신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다 이루기 위한 마지막 열망을 드러내셨고, 동시에 우리 영혼의 갈증을 채우기 위한 생명의 대가를 감당하신 것입니다.

 

참된 인간으로서 겪으신 고통

예수님은 참 하나님이시며 동시에 참 인간이십니다. "내가 목마르다"는 외침은 그분의 신성과 인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완전한 하나님께서 완전한 인간이 되셔서, 인간이 겪는 모든 고통과 연약함을 친히 겪으셨습니다. 예수님은 십자가형의 모든 과정을 몸소 통과하셨고, 육체적으로 극심한 탈수와 고통 속에서 이 말씀을 하셨습니다.

 

심문과 채찍질, 가시관,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을 오른 여정 속에서 예수님의 몸은 이미 한계에 도달해 있었습니다. 탈수와 출혈, 심한 열감과 피로 속에서 외치신 "목마르다"는 말은 단순한 갈증이 아니라, 고난의 절정에서 터져 나온 인성의 비명이었습니다. 히브리서 2장 17절은 "그가 범사에 형제들과 같이 되심이 마땅하도다"라고 말하며, 예수님이 우리와 똑같은 고통을 겪으셨음을 증언합니다.

 

또한 이 고백은 영적 단절에서 오는 갈급함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하나님 아버지께 철저히 버림받은 상태에서, 예수님은 영적으로도 메마름을 경험하셨고, 그 고통이 육체적 갈증으로 표현된 것입니다. 이는 죄로 인해 하나님과 분리된 인간의 근본 상태를 예수님께서 대신 경험하신 것으로, 죄의 삯을 대신 치르시는 철저한 대속의 현장이기도 합니다. 예수님은 우리가 당해야 할 영적 단절과 메마름을 온몸으로 감당하시고, 구속의 길을 열어가셨습니다.

 

갈증의 신비와 구속의 은혜

"내가 목마르다"는 예수님의 외침은 구속사의 깊은 신비를 품은 말씀입니다. 생수의 근원이신 분께서 스스로 갈증을 겪으신다는 것은 역설적인 사건이며, 이는 구원의 신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요한복음 4장에서 예수님은 사마리아 여인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니 그 속에서 영생하도록 솟아나는 샘물이 되리라." 그 생수를 주시는 주님이 십자가에서 갈증을 외치셨다는 사실은, 우리가 그 생수를 마실 수 있도록 자신을 말라가게 하셨다는 증거입니다.

 

우리의 삶은 끊임없는 갈증의 연속입니다. 사랑에 대한 갈망, 인정받고 싶은 욕구, 외로움 속에서 채워지지 않는 허기, 성공에 대한 집착과 두려움, 안정에 대한 욕구 등. 그러나 그 갈증을 채우기 위해 우리가 세상에서 붙드는 것들은 오히려 더 깊은 목마름을 불러올 뿐입니다. 예수님은 이러한 인간의 본질적 목마름을 아시고, 그 근본적인 해답으로 자신을 내어주셨습니다.

 

예수님은 십자가 위에서 모든 갈증을 스스로에게 집중시키셨습니다. 육체적 고통을 감당하시며, 죄의 대가를 치르기 위해 영적으로 메말라지시고, 모든 인간의 목마름을 홀로 짊어지셨습니다. 그리고 그 갈증의 순간에 초를 적신 해면이 입에 닿는 굴욕적인 장면을 통과하심으로써, 마지막 남은 고통까지도 감당하셨습니다. 이는 구속의 완성을 위한 마지막 예식과도 같으며, 십자가의 제사장이 마지막 향을 올리는 장면과도 유사합니다.

 

요한복음 19장 30절, 즉 "다 이루었다"는 선언 직전에 "내가 목마르다"고 하신 말씀은, 마지막 순종의 통로이자 구속사의 성취 직전의 고백입니다. 이는 예수님의 구속 사역이 고통 속에서도 질서 있고 의도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며, 그분의 순종이 끝까지 온전했음을 증거합니다. 갈증은 그분의 고난이 인간의 조건 속에서 완전하게 이루어졌다는 것을 확인시켜 줍니다.

 

결론

"내가 목마르다"는 말씀은 예수님의 십자가 위 다섯 번째 말씀으로서, 구속사에서 가장 인간적이고도 가장 신적인 외침입니다. 이는 단지 고통의 표현이 아니라, 예언의 성취, 인간의 연약함에 대한 깊은 공감, 그리고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구속 사랑의 표현입니다. 예수님은 그 목마름을 통해 하나님의 뜻을 이루셨고, 인간의 갈증을 해갈하는 생명의 근원이 되셨습니다.

 

고난주간을 살아가는 우리는 이 말씀 앞에서 멈추어 서야 합니다. 예수님의 갈증은 우리의 갈증을 대신한 것이며, 그분의 고통은 우리에게 생명의 물을 주기 위한 희생이었습니다. 우리의 마음 깊은 곳에 존재하는 목마름은 오직 예수님 안에서만 참된 해갈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세상의 그 어떤 것도 이 갈증을 해결할 수 없으며, 그분의 십자가에서만 참된 생명의 샘이 흘러나옵니다.

 

오늘 우리는 이 말씀 앞에서 겸손히 고개를 숙여야 합니다. 우리의 욕망과 공허를 내려놓고, 생수의 근원이신 예수님께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분은 지금도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누구든지 목마르거든 내게로 와서 마시라." 우리가 그분의 십자가 아래서 생수를 받아 마실 때, 진정한 만족과 회복, 구원의 은혜가 우리 삶 가운데 넘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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