벧전 2:1-5 산 돌이신 예수께 나아가라
산 돌 위에 세워진 산 자들
고난주간은 단지 예수님의 고통을 기억하는 시간이 아니라, 그분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새롭게 탄생한 하나님의 백성의 정체성을 다시금 확인하는 시기입니다. 베드로전서 2장 1-5절은 그리스도인들이 어떤 존재로 부르심을 받았는지, 그리고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분명하게 가르쳐 줍니다. 이 말씀은 고난의 주간 속에서 더욱 생생하게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낡은 자아를 벗어라
“그러므로 모든 악독과 모든 기만과 외식과 시기와 모든 비방하는 말을 버리고”라는 말씀은 단순한 윤리적 권면이 아닙니다. 여기서 ‘버리다’(ἀποτίθεσθε)는 헬라어로, 헌 옷을 벗어 던지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베드로는 마치 죄의 옷을 벗듯이, 이전의 죄악된 본성을 완전히 떼어내야 한다고 선언합니다.
이 다섯 가지는 모두 공동체를 파괴하는 죄입니다. 악독은 마음속에 있는 악한 의도를 의미하고, 기만은 진실을 왜곡하는 위선의 태도입니다. 외식은 겉과 속이 다른 신앙생활을, 시기는 남의 형통을 못마땅해하는 태도를 말하며, 비방은 혀로 사람을 찌르는 영적 폭력입니다.
고난주간은 이와 같은 죄의 껍질을 벗어버리는 시간입니다. 십자가 앞에 설 때, 우리는 우리의 본모습을 마주하게 됩니다. 죄인인 내가 얼마나 예수님의 피를 필요로 하는 존재인지, 그리고 내 속의 낡은 자아가 얼마나 뿌리 깊게 남아 있는지를 뼈저리게 느끼게 됩니다.
그리스도인은 단지 외적인 행동만이 아니라, 내면의 정결함을 추구해야 합니다. 이것이 거룩함으로의 부르심입니다.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에 참여하는 자들이라면, 이제는 옛 사람을 벗어버리고 새 사람을 입어야 합니다.
순전한 젖을 사모하라
베드로는 이어서 “갓난 아기들 같이 순전하고 신령한 젖을 사모하라”고 권면합니다. 여기서 ‘사모하라’(ἐπιποθήσατε)는 강렬한 열망, 갈망을 의미합니다. 마치 생존을 위해 젖을 찾는 아이처럼, 영적인 양식을 갈망하라는 것입니다.
‘순전하고 신령한 젖’은 하나님의 말씀을 가리킵니다. ‘순전한’(ἄδολον)이라는 단어는 속임이 없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이 말씀은 우리를 속이지 않고, 언제나 진리로 이끄는 완전한 생명의 양식입니다.
고난주간에 우리는 예수님의 말씀을 더 깊이 들어야 합니다. 예수님은 광야에서 사탄의 시험을 받으실 때도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입으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 것이라”고 선언하셨습니다. 그분은 하나님의 말씀을 생명으로 여기셨고, 십자가의 길에서도 하나님의 뜻을 끝까지 순종하셨습니다.
오늘날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수많은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 속에서, 그리스도인은 말씀을 통해 분별력을 얻고, 방향을 잡고, 생명을 유지해야 합니다. 말씀 없는 신앙은 뿌리 없는 나무와 같습니다. 순전한 젖을 사모함은 곧 그리스도의 마음을 품는 삶으로 이어집니다.
산 돌 위에 세워진 산 자들
“사람에게는 버린 바가 되었으나 하나님께는 택하심을 입은 보배로운 산 돌이신 예수께 나아가”라는 말씀은, 복음의 핵심이자 우리의 존재의 근거입니다. 예수님은 세상에 의해 버림받은 분이셨지만, 하나님께는 보배로운 산 돌이었습니다.
여기서 ‘산 돌’(λίθον ζῶντα)은 단순한 비유가 아닙니다. 살아있는 돌이란 개념은 구조적으로 말이 되지 않지만, 신학적으로는 가장 깊은 진리를 담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성전을 세우는 기초이며, 동시에 생명을 주는 존재이십니다.
우리는 그분께 나아가야 합니다. ‘나아가다’(προσερχόμενοι)는 헬라어에서 현재분사로 쓰였는데, 이는 지속적인 관계를 말합니다. 단회적인 접근이 아니라, 매일매일 지속적으로 주님께 나아가는 삶을 뜻합니다.
그리고 놀라운 선언이 이어집니다. “너희도 산 돌 같이 신령한 집으로 세워지고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이 기뻐하실 신령한 제사를 드릴 거룩한 제사장이 될지니라.” 우리는 예수님 안에서 산 돌이 되어갑니다. 다시 말해, 우리 존재 자체가 하나님의 거룩한 처소가 되어간다는 뜻입니다.
고난주간은 바로 이 말씀을 현실로 이끌어 가는 시간입니다. 예수님은 육체의 성전을 헐고, 사흘 만에 다시 세우셨습니다. 그 성전은 바로 당신 자신이셨습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곧 하나님의 성전이요, 하나님의 영이 너희 안에 거하신다.”
우리는 건물 안에 있는 자가 아닙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산 돌로 연결된 살아 있는 교회입니다. 우리 삶 자체가 제단이 되고, 우리의 순종이 제사가 되고, 우리의 사랑이 향기로운 예배가 되어야 합니다.
결론
고난주간의 중심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십자가는 우리를 새롭게 빚어 가시는 하나님의 손길입니다. 벧전 2:1-5의 말씀은 우리에게 말씀합니다. 죄의 옷을 벗고, 말씀을 사모하고, 산 돌이신 예수님 위에 산 자로서 세워지라고 말입니다. 이 고난주간, 우리는 예수님의 죽음을 통해 새 생명으로 거듭난 자들입니다. 예수님이 친히 거하실 수 있는 거룩한 집, 산 돌의 공동체로 다시 세움 받는 은혜가 우리 모두에게 있기를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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