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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13:33 누룩의 비유

bibletopics 2025.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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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발효, 하나님 나라의 숨은 역사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우리가 함께 묵상할 마태복음 13장 33절의 말씀은 예수님의 비유 중에서도 가장 짧은 비유입니다. 한 절, 단 하나의 문장이지만 그 속에는 하나님 나라가 어떻게 이 세상 안에서 역사하는지를 강렬하게 그리고 깊이 있게 담고 있습니다. 이 짧은 비유는 마치 누룩처럼, 짧은 구절 안에 천국의 본질을 조용히 그러나 전면적으로 확산시킵니다.

예수님은 하나님 나라를 빵 반죽 속에 넣은 누룩에 비유하셨습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 반죽 전체를 부풀게 하는 작고도 강력한 생명력. 오늘 우리는 이 누룩의 비유 속에서 하나님 나라의 은밀함과 불가항력적인 확장을 묵상하고자 합니다.

천국은 누룩과 같으니(마 13:33)

예수께서는 또 말씀하십니다. "천국은 마치 여자가 가루 서 말 속에 갖다 넣어 전부 부풀게 한 누룩과 같으니라."(마 13:33) 여기서 '누룩'은 헬라어로 '주메'(zymē)입니다. 이것은 소량의 발효된 반죽으로, 새로운 반죽 전체에 영향을 미쳐 부풀게 만드는 물질입니다. 당시 유대 사회에서 누룩은 때로는 부정한 것으로 여겨졌지만, 예수님은 이 상징을 긍정적으로 사용하셔서 하나님 나라의 작지만 강력한 속성을 드러내고 계십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표현은 '여자'입니다. 비유 속에서 하나님 나라는 어떤 힘 있는 권력자가 아니라, 한 평범한 여인의 손길을 통해 역사합니다. 이는 하나님 나라가 우리의 일상, 우리의 가정, 우리의 손길 속에 들어와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퍼진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가루 서 말'이라는 표현이 등장합니다. '서 말'은 약 36리터, 보통 가정에서 사용되는 밀가루 양보다 훨씬 많은 양입니다. 이는 단순히 한 끼 식사를 위한 것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를 위한 큰 빵을 만드는 분량입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단지 개인의 구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를 변화시키는 역사임을 보여줍니다.

은밀함 속의 확장성(마 13:33)

누룩은 눈에 띄지 않습니다. 그것은 소리 없이 들어가고, 보이지 않게 작용합니다. 그러나 그 영향력은 절대적입니다. 한 줌의 누룩이 반죽 전체를 부풀게 하듯, 하나님 나라는 겉으로 보기엔 미미하게 시작되지만 그 영향력은 전면적입니다.

이 은유는 하나님의 방식이 세상의 방식과 얼마나 다른지를 보여줍니다. 세상은 외적인 힘과 가시적인 결과를 추구하지만, 하나님은 언제나 깊은 곳에서 조용히 일하십니다. 마음의 중심에서, 가정의 중심에서, 교회의 중심에서 시작된 하나님의 나라는 결국 세상 전체를 뒤흔드는 힘을 가집니다.

바울도 고린도전서에서 비슷한 표현을 씁니다. "적은 누룩이 온 덩이에 퍼지는 것을 알지 못하느냐"(고전 5:6). 이 말은 경고의 맥락에서 나온 말이지만, 동시에 누룩의 강력한 속성을 설명하는 말입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그런 누룩처럼 점진적이지만, 결코 멈추지 않고 반드시 전 영역으로 퍼져나가는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성성과 일상성 속의 하나님 나라(마 13:33)

예수님은 이 비유에서 굳이 '여자'를 등장시킵니다. 이는 단순히 성별의 문제가 아니라, 하나님 나라가 일상의 깊은 자리에서부터 작동된다는 것을 상징합니다. 여인은 반죽을 만지고, 섞고, 기다리고, 굽는 존재입니다. 이는 인내와 돌봄, 그리고 시간을 들여 변화를 이루는 존재를 상징합니다.

하나님 나라는 그렇게 시작됩니다. 예배당보다 부엌에서, 강단보다 식탁에서, 고요한 기도 시간보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자라납니다. 반죽에 들어간 누룩은 한참을 기다려야 부풀어오릅니다. 그 부풀어오름은 기다림과 신뢰의 시간 속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그래서 하나님 나라는 조급한 이들에게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인내하는 자에게는 분명히 드러납니다.

이것은 우리의 신앙 생활에서도 동일합니다. 성도 여러분, 오늘 여러분의 기도가 아직 아무 반응도 없는 것처럼 느껴지십니까? 말씀대로 살아가려 애쓰는 데에도 세상이 조금도 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십니까? 바로 그때가 누룩이 작동하는 시간입니다. 겉으로는 조용하지만, 속에서는 하나님이 역사하고 계시는 것입니다.

전체를 부풀게 하는 생명력(마 13:33)

마지막으로 예수님은 이렇게 마무리하십니다. "전부 부풀게 하였느니라." 여기서 '전부'는 헬라어로 '홀론'이며, 전체성, 전면적 변화의 의미를 포함합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일부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단지 종교적 공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전 인격과 공동체, 그리고 사회 전반을 변화시키는 힘입니다.

이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지닌 구속사적 힘을 말합니다. 복음은 단지 죄사함의 메시지가 아닙니다. 그것은 전 인류의 역사를 새롭게 하며, 개인의 삶뿐 아니라 문화와 가치관, 그리고 구조마저 변화시키는 능력입니다.

역사를 돌아보면, 초대교회의 복음은 사회적 약자들, 여성과 노예, 이방인들에게 먼저 퍼졌습니다. 그러나 그 복음은 결국 로마 제국 전체를 흔들었고, 지금은 세계 구석구석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시키고 있습니다. 오늘 이 말씀은 우리에게 말합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반드시 전체를 부풀게 하며, 그 확장은 멈추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마무리 묵상

사랑하는 여러분, 오늘 이 짧은 누룩의 비유 속에서 우리는 하나님 나라의 본질을 다시 보게 됩니다. 그것은 작고, 조용하고, 숨겨져 있으나, 결국 전면적으로 퍼지는 은혜의 역사입니다.

우리의 삶에도 하나님 나라의 누룩이 심겨졌습니다. 말씀을 듣고, 기도하며, 성령을 따라 살아가는 이 모든 순간들이 누룩처럼 작동합니다. 세상은 아직 변하지 않은 것처럼 보여도, 하나님은 지금도 일하고 계십니다.

그러니 낙심하지 마십시오. 오늘도 여러분의 삶에 말씀의 누룩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믿으십시오. 그 믿음은 곧 생명이 되고, 생명은 변화를 낳고, 변화는 세상을 부풀게 합니다. 하나님 나라는 지금도,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그러나 확실하게 이 땅 가운데 확장되고 있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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