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주간 묵상, 호산나 환호 속의 침묵
왕의 입성, 그러나 십자가로 향한 길
종려주일, 환호 속의 침묵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실 때, 그 장면은 마치 위대한 왕이 개선하는 것처럼 보였다. 사람들은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며 "호산나! 다윗의 자손이여!"라고 외쳤다. 겉으로 보기에는 승리의 행진처럼 보였지만, 예수님의 마음에는 깊은 고뇌가 있었을 것이다. 그는 이 길이 단순한 환영의 길이 아니라, 십자가를 향한 고난의 길이라는 것을 알고 계셨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기대 속에서 예수님을 왕으로 모셨다. 로마의 억압에서 자신들을 구원해줄 강한 지도자를 원했다. 하지만 예수님은 군사적 힘이나 정치적 권력이 아닌, 십자가를 통한 구원을 준비하고 계셨다. 이 차이는 너무도 컸고, 결국 그들이 "호산나"를 외쳤던 입으로 며칠 후 "그를 십자가에 못 박으라"라고 소리치는 이유가 되었다.
예수님의 침묵이 더욱 깊이 다가온다. 사람들의 기대와 하나님의 뜻이 다를 때, 그는 군중의 소리에 흔들리지 않으셨다. 왕의 길은 영광이 아니라, 낮아지고 죽음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그 길을 걸어가시는 예수님의 모습에서 우리는 진정한 순종과 헌신의 의미를 배울 수 있다.
나귀를 타신 왕의 겸손
예수님은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셨다. 이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스가랴 9장 9절의 예언을 성취하는 행동이었다. "보라 네 왕이 네게 이만하나니 그는 공의로우시며 구원을 베푸시며 겸손하여 나귀를 타시나니 나귀의 작은 것 곧 나귀 새끼니라."
당시 왕이나 장군들은 전쟁에서 승리한 후 말을 타고 개선 행진을 했다. 하지만 예수님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예루살렘에 들어가셨다. 평화의 상징인 나귀를 타고, 힘이 아닌 사랑과 겸손으로 오셨다. 하나님의 나라는 세상의 방식과 다르다. 사람들은 힘과 권력을 추구하지만, 하나님 나라의 왕은 사랑과 희생으로 통치하신다.
오늘날 우리의 신앙도 예수님의 겸손을 본받아야 한다. 세상은 높은 자리를 추구하지만, 진정한 제자는 낮아지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 우리의 신앙이 예수님처럼 겸손과 섬김의 모습으로 나타날 때, 세상의 가치관과 구별되는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삶이 될 것이다.
환호에서 십자가로
사람들의 반응은 너무도 빠르게 변했다. 예수님이 입성하실 때는 그를 왕으로 높였지만, 며칠 후 그들은 예수님을 배척했다. 기대했던 메시야상이 무너지자 그들은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외쳤다.
이 모습은 우리의 신앙을 돌아보게 한다. 우리는 기도 응답을 받을 때는 하나님을 찬양하지만, 원하던 방식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 때는 쉽게 낙심한다. 하나님이 우리 생각대로 역사하시지 않는다고 실망하거나, 때로는 하나님을 오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하나님은 우리의 기대보다 더 크고 깊은 계획을 가지고 계신다.
예수님의 길은 영광이 아니라 고난을 통해 이루어지는 길이었다. 우리의 신앙도 마찬가지다. 고난 없는 영광은 없으며, 십자가 없는 부활은 없다. 우리가 신앙의 길을 걸어갈 때 어려움이 있다면, 그것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부활의 영광으로 인도하시기 위한 과정임을 기억해야 한다.
결론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은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십자가를 향한 길의 시작이었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기대 속에서 예수님을 왕으로 모셨지만, 예수님은 자신을 희생 제물로 내어주는 왕이셨다. 그의 왕 되심은 힘과 권력이 아니라, 사랑과 희생으로 나타났다.
우리도 종려주일을 맞이하며 예수님의 길을 깊이 묵상해야 한다. 우리는 예수님을 어떤 왕으로 받아들이고 있는가? 우리의 신앙이 예수님을 따르는 진정한 순종의 길이 되어야 한다. 예수님은 나귀를 타고 오셨지만, 다시 오실 때는 영광의 왕으로 오실 것이다. 그날을 소망하며, 십자가의 길을 따르는 신앙을 결단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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